[해경의경]7.형사기동정,P-129정
가장 신형 함정에서 가장 구형 함정으로. P-129정
P정에 대해 나름 좋은 추억도 있고 해서 소형 함정으로의 발령을 희망했으나, 웬걸! 50톤급의 P정보다 더 작은 25톤의 특수정으로 발령이 날 줄이야.
직전 부서인 1002함은 건조된지 4년밖에 안된 신형이었는데, P-129정은 20년 가까이 되어 퇴역을 3년 앞둔 배이다. 여기서 퇴역이란 마치 퇴직처럼 배가 더이상 임무수행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될때 하는 것으로, 사람으로 치면 퇴직이다. 골골대는 배에 타게 되었으니...남은 4개월의 군생활이 골치 아파질 듯 했다.
사진1. 형사기동정 p-129정의 모습. 사람이 서있는 것과 비교해 보았을 때 정말 작다고 할 수 있다.
이 배는 왜 유독 조그마한 이유는, 불법 어선이 도망갈때 따라잡기 위한 더 큰 속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인데, 퇴역직전이라 어선은 커녕 1002함보다도 느리다.. 엔진 RPM을 꽤나 높이면 20노트까지는 나올 듯 하지만 배가 고장나면 너도 나도 안 좋기때문에 굳이 전속시운전을 해보진 않는다.
이 배의 가장 큰 단점은 샤워가 불가능 하다는 점이다. 1제곱미터 남짓한 화장실엔 변기랑 세면대가 다다. 게다가 세면대는 머리도 못감을 정도로 그 부피가 작다...... 따라서 인근 다른 함정이나 5분이나 걸어나가서 씻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겨울에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샤워바구니를 들고가는 경험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듯 하다. 겨울이 싫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단점은 침대와 취사장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규모도 작고 기름과 청수(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 역시 부족하기 때문에 출동은 당일출동 또는 1박 2일이 전부인지라, 취사도 간단간단하게 해먹는 것이 대개 일상이다.
사진2. 작전수행을 가장한 연극
VJ특공대에 해양경찰을 찍을 일이 있었는데, 뭔가 이야기를 짜내야하는 방송이기에 형사기동정이 꽤나 괜찮은 아이템이었나보다. 형사기동정이 활동하는 모습을 찍어야 하는데, 사실 불법 어선이 시시때때로 있는 것도 아니고, 촬영하시는 분들도 1박 2일 내내 따라다닐 수는 없기 때문에 인근 어선을 하나 섭외(..)를 해서 불법어선인 것 처럼 가장했다. 어선에 계류, 승선하여 조사하는 모습을 담았는데, 다들 어디서 해보셨는지 연기력이 기가 막히셨다.. 나중에 방송으로 보니 모자이크도 해놓으니까 꽤나 그럴싸했다.
4~5월쯤에 날도 풀리고 하면 어선들이 많이 나오고, 그땐 형사기동정도 꽤나 바빠진다. 순찰도 지속적으로 돌고, 당시 구명조끼 미착용을 단속하던 시기라서 특히나 더더욱 열심히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물론 타를 잡는 나는 꽤나 체력소모가 심했던 듯 하다...
P정은 의경 정원이 4명인데, 이 배는 3명이다. 왜냐하면 침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1박 2일 출동때는 침대도 돌려써야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밑에 후임도 둘 밖에 없고, 그나마 한 명은 취사니까 말년에도 가차없이 일을 해야했다. 정말 말년병장처럼 아무것도 안하고 놀았던 기간은 말년휴가 나가기 전 열흘 정도 였던듯 하다.
이상 더 잊어버리기 전에 작성해본 해경의경 이야기는 끝. 다음은 에필로그를 가장한 정돈 안된 잡다한 해경이야기들로.